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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든 모델을 우리의 AI라고 부를 수 있는가 — 대한민국 소버린 AI
Junyoung Park · 2026-08-05 · 8 min
“우리의 AI”라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뜻을 담고 있다. 한국어를 잘하는 모델일 수도 있고, 국내 기업이 서비스하는 모델일 수도 있으며, 국내 데이터와 GPU로 처음부터 학습한 Foundation Model을 뜻할 수도 있다. 외부 API가 중단되어도 운영할 수 있는가, 보안 문제가 생겼을 때 내부에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가까지 포함하면 소버린 AI는 모델의 국적보다 통제권에 관한 말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최근의 홍보 문구에서는 이 여러 층위가 “자체 개발”이라는 한 단어로 자주 합쳐진다. Open-weight 모델을 Fine-tuning한 서비스와 random initialization부터 Pre-training한 모델은 모두 가치 있는 개발 결과지만,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Open Source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외부에서 독립적인 Foundation Model로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글은 어느 한 방식이 더 순수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언어가 필요하다는 데서 시작한다.
2026년 8월, 대한민국 소버린 AI의 현재 위치
정부의 독자 AI Foundation Model 프로젝트는 2025년 8월 NAVER Cloud, Upstage, SK Telecom, NC AI, LG AI Research의 다섯 정예팀으로 시작했다. 2026년 1월 1차 평가에서는 LG AI Research, Upstage, SK Telecom이 다음 단계로 진출했고 NAVER Cloud와 NC AI는 탈락했다. 이후 Motif Technologies가 추가 선발되어, 2026년 8월 5일 현재 LG·Upstage·SKT·Motif 네 팀이 2차 평가 시점에 들어와 있다. 이 글을 쓰는 날을 기준으로 정부가 확정 발표한 2차 평가 결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순위나 최종 선정 결과를 미리 단정하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1차 평가 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예팀 선정 발표와 1차 단계평가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공개된 모델만 보아도 접근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SKT A.X K1은 from-scratch 학습을 명시한 대규모 MoE 모델이고, Upstage Solar Open 100B도 처음부터 학습한 공개 모델이다. LG의 K-EXAONE 기술 보고서는 236B total, 23B active parameter의 MoE 모델과 장문·다국어 능력을 설명한다. Motif-3 Beta는 자체 학습과 custom architecture component를 밝히고 있지만 현재 공개된 Beta model card의 라이선스 조건과 배포 범위도 함께 읽어야 한다. 한편 SKT의 A.X 4.0은 Qwen2.5를 기반으로 한국어 데이터를 추가 학습했다고 명확히 공개한다. 전자는 독자 Pre-training의 경로이고 후자는 검증된 Open-weight를 활용해 빠르게 현지화하는 경로다.
국내 생태계를 정부 프로젝트의 통과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도 좁은 시각이다. NAVER의 HyperCLOVA X 계열처럼 실제 서비스와 연구 생태계에서 계속 발전하는 모델이 있고, 기업마다 공개 범위와 사업 목표도 다르다. 정부 평가 기준은 특정 사업이 요구하는 “독자 Foundation Model”의 기준이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유용한 AI를 한 줄로 평가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다만 세금과 공공 자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라면 어떤 기술적 독립성을 달성했는지 검증하는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는 점은 자연스럽다.
Architecture를 가져오는 것과 Weight를 가져오는 것은 다르다
현대 LLM 중 Transformer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모델을 찾기는 어렵다. RMSNorm, RoPE, SwiGLU, MoE, Multi-head Latent Attention처럼 논문과 Open Source 구현을 통해 퍼진 아이디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델을 남이 학습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과학과 공학은 공개된 아이디어를 재현하고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A.X K2의 Transformers 문서가 DeepSeek-V3.2 architecture를 바탕으로 SKT의 수정을 더했다고 설명하는 것처럼, architecture lineage를 밝히면서 weight는 별도로 학습할 수 있다.
반면 이미 학습된 Base Weight를 가져와 Continued Pre-training이나 SFT를 했다면 결과 모델의 능력 상당 부분은 원 모델의 데이터와 연산에서 왔다. 이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수천억 원의 Pre-training을 반복하지 않고 한국어, 법률, 제조, 금융처럼 실제 필요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자체 Foundation Model을 처음부터 개발했다”보다 “Open-weight 기반 한국어 특화 모델” 또는 “자체 Post-training 모델”이라고 말하는 편이 기술적으로 정확하다.
Distillation은 그 중간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Student를 random initialization부터 학습했더라도 대부분의 데이터가 해외 Teacher가 만든 답과 reasoning이라면 Weight 파일은 새로 만들었지만 행동과 지식의 계보는 Teacher에 강하게 의존한다. 반대로 사람이 만든 국내 데이터와 검증 가능한 환경을 중심으로 학습하고 Teacher는 일부 데이터의 품질 보조에만 사용했다면 의존도는 낮아진다. 그래서 “가중치를 직접 학습했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무엇을 보고 학습했으며 외부 모델 없이 그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정부의 1차 평가에서도 이 구분이 실제 쟁점이 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pen Source 활용 자체는 일반적인 개발 방식으로 허용하지만, 외부 모델의 Weight를 초기화하고 독립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하며 사용한 기술과 라이선스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NAVER 사례에서는 Apache License로 사용할 수 있는 외부 encoder라도 freeze된 외부 Weight를 모델 내부에 그대로 포함한 점이 해당 사업의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설명됐다. 정부 정책 Q&A는 이 판단이 라이선스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이 정한 독자성의 최소 조건에 관한 것임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사용과 “독자 모델”이라는 정책적 주장의 설득력이 반드시 같지 않다는 좋은 예다.
자체 개발이라는 말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Open Source를 사용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라이선스와 attribution을 지켰다면, 그 위에서 새로운 제품과 학습 기술을 만든 것은 충분히 자체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목적어가 생략될 때다. 자체 개발한 것이 데이터 pipeline인지, Post-training recipe인지, serving engine인지, Foundation Model 전체인지 밝히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가장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
| 실제 개발 형태 | 더 정확한 표현 | 외부 의존의 핵심 |
|---|---|---|
| Random initialization부터 독자 데이터·연산으로 학습 | 국내 독자 Pre-trained Foundation Model | 공개 architecture와 library, hardware supply chain |
| 외부 Base Weight에 Continued Pre-training | Open-weight 기반 도메인·한국어 특화 모델 | 원 모델의 weight와 라이선스 |
| 외부 Base Weight에 SFT/DPO/LoRA | Open-weight 기반 자체 Post-training 모델 | 기반 능력과 tokenizer, weight 계보 |
| 새 Student를 외부 Teacher output으로 학습 | Teacher-distilled 국내 모델 | Teacher의 지식·편향·이용 조건 |
| 외부 모델 API에 RAG·Agent·업무 시스템을 결합 | 자체 AI 서비스 또는 AI application | API 정책, 가격, 모델 변경 가능성 |
| 국내에서 self-host하고 데이터·운영을 통제 | 국내 운영·데이터 주권형 AI 시스템 | 기반 모델 교체 가능성과 공급망 |
이 표의 아래쪽이 위쪽보다 기술적으로 하찮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사용자가 얻는 가치는 좋은 검색, 안전한 데이터 연결, 평가, 지연시간 최적화, 장애 대응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오히려 이미 좋은 Base Model이 있는데 “처음부터 만들었다”는 명분만을 위해 막대한 compute를 반복하는 것은 환경과 자원의 관점에서 정당화가 필요하다. 기술적 자립은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다시 만드는 것과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분을 외부에 의존하는지 알고, 그 의존이 끊겼을 때 대체할 능력이 있는가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윤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다르다
Apache 2.0이나 MIT 같은 허용적 라이선스는 상업적 사용과 수정, 배포를 폭넓게 허용한다. 모델별로 조건은 다르고 데이터·상표·특허의 권리가 별도로 남을 수 있으므로 실제 라이선스를 확인해야 하지만, 조건을 준수한 파생 모델 개발 자체를 도덕적으로 잘못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공개 생태계의 목적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적 문제는 보통 사용보다 표현에서 생긴다. 기반 모델을 밝히지 않은 채 전체를 처음부터 만들었다고 암시하거나, Teacher가 생성한 데이터의 출처를 지우거나, 공개 연구의 기여를 회사 고유 기술처럼 소개하면 법적 위반이 없더라도 신뢰는 떨어진다. 특히 정부 지원과 국가 대표성을 내세우는 모델이라면 일반 제품보다 더 높은 수준의 provenance가 필요하다. Model Card와 Data Card에 Base Model, Teacher, 주요 데이터 범주, 라이선스, 학습 token과 compute의 범위, 독립 평가를 공개하면 외부에서도 주장과 근거를 비교할 수 있다.
반대로 From-scratch라는 말도 완전한 순수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에 다른 모델이 생성한 문서가 섞일 수 있고, 공개 Tokenizer와 training framework, 해외 GPU와 cloud, 논문에서 제안된 architecture를 사용한다. 합성 데이터의 Teacher를 밝히지 않으면 random initialization이라는 사실만으로 행동의 계보를 설명할 수 없다. 결국 투명성은 “외부 것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선언이 아니라 무엇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경계를 그리는 일이다.
소버린 AI는 모델 파일보다 넓다
나는 소버린 AI를 평가할 때 최소한 다섯 층을 나누어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 Data: 데이터의 수집 권리와 저장 위치를 통제하고, 삭제·수정·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가.
- Compute: 외부 정책이나 수출 통제, 특정 Cloud 장애가 생겼을 때 학습과 추론을 지속할 선택지가 있는가.
- Model: Weight를 보유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라이선스가 원하는 배포와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는가.
- Operations: 국내 환경에서 serving, monitoring, safety patch, rollback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가.
- Governance: 학습 계보와 위험을 감사하고 책임 주체가 설명할 수 있으며, 공급자를 교체할 수 있는가.
이 기준에서는 Open-weight 기반 모델이 폐쇄적인 국내 모델보다 더 높은 운영 주권을 제공하는 경우도 생긴다. 국내에서 학습했더라도 Weight와 학습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의 검증과 교체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해외에서 시작한 Open-weight라도 국내에서 self-host하고 데이터와 배포를 통제하며 다른 모델로 교체할 수 있다면 서비스 수준의 주권은 상당히 높다. 다만 그것을 독자 Foundation Model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모델 기원의 독립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같은 축으로 놓지 않아야 논의가 선명해진다.
그럼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 답은 “말할 수 있지만, 무엇을 개발했는지 끝까지 붙여 말해야 한다”에 가깝다. Open-weight에 한국어 데이터와 자체 평가를 더해 훌륭한 모델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분명 개발이다. 자체 SFT와 serving stack, 도메인 데이터, 안전 정책은 실제 기술 자산이다. 다만 Base Weight가 외부에서 왔다면 독자 Pre-training까지 했다고 확대할 수 없고, Teacher의 합성 데이터에 크게 의존했다면 그 계보도 공개해야 한다. 반대로 처음부터 학습한 모델도 benchmark 수치만으로 주권을 증명할 수 없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수정하며 다음 세대를 다시 학습할 조직과 데이터, compute가 남아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설득력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식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늘리는 것이다. Weight initialization과 Base Model 여부, architecture 변경점, 데이터 source의 범주와 권리, Teacher 사용 여부, 학습 log와 checkpoint, 독립 평가, 추론 환경을 공개할수록 “자체”라는 단어에 기대지 않아도 기여가 보인다. 기업 비밀 때문에 모든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면 제3자 audit이나 재현 가능한 작은 recipe, source별 비율과 권리 유형처럼 공개 가능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대한민국의 소버린 AI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From-scratch 모델의 수를 세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한국어와 국내 산업의 데이터를 정당하게 확보하고, GPU와 전력·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모델을 평가하고 사고에 책임질 생태계가 함께 있어야 한다. Open Source를 사용했는지 자체가 윤리의 기준은 아니다. 기여를 정직하게 설명하는지, 외부 의존을 인식하고 교체할 수 있는지, 공개된 지식을 다시 생태계에 돌려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소버린이라는 단어를 “남의 것을 전혀 쓰지 않는 순수성”으로 이해하면 현대 소프트웨어와 연구는 거의 모두 탈락한다. 내가 생각하는 더 현실적인 기준은 외부의 허락이 없어도 핵심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영하고, 수정하고, 감사하고, 필요하면 교체할 수 있는가다. 여기에 기술의 계보를 숨기지 않는 투명성이 더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법적으로 가능한 모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우리의 AI”를 이야기할 수 있다.